
A조가 시리아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4라운드가 14일 아시아 각지에서 펼쳐졌다. 이로써 5개팀으로 구성된 2차예선 8개조는 모두 반환점을 돌게 됐다.
A조는 시리아의 독주로 진행되고 있다.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각 조 1위팀에게 주어지는 최종예선 직행 티켓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전방에서의 득점력이 빛나고 있다는 평가다. 시리아는 4경기에서 13골을 뽑아내며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오마르 알소마가 있다.
알소마가 2차예선에서 터뜨린 골은 모두 7골. 알리 맙쿠트, 미나미노 다쿠미 등을 제치고 2차예선 득점 순위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경기당 1골에 가까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는 알소마는 정치적인 이유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는 최종예선에 끝나갈 즈음에야 대표팀에 복귀해 기량을 과시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예선에는 시작부터 시리아 대표팀과 함께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오마르 카르빈이 최근 태도 문제로 대표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시리아로서는 알소마의 존재가 더욱더 큰 힘이 되고 있다.
중국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사퇴했다. 당초 나쁘지 않은 조편성을 받아든 중국의 목표는 2차예선 1위 통과였다. 초반 기세는 좋았다. 몰디브와 괌을 5-0, 7-0으로 대파하며 2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 두 경기는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긴 것뿐이었다. 다음 경기였던 필리핀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한 기운이 대륙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아 원정에서 1-2로 지면서 1위는커녕 2위 수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의 저조한 성적이 더욱더 중국팬들에게 아쉬운 이유는 귀화 선수들 때문이다. 현재 중국 대표팀에는 귀화 절차를 마친 니코 예나리스, 에우케송이 뛰고 있다. 예나리스는 주전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에우케송은 귀화 직후 바로 핵심 공격수로 도약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와 중국 중원의 지원 부족 속에 아직 가시적인 영향력은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리피 감독은 시리아전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드러내고 중국이 아닌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를 떠났다.(시리아와 중국의 경기는 시리아 치안 문제로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렸다)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이 여전히 작지 않은데도 사퇴한 것은 ‘최종예선에 가도 이 팀으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퇴 직전 중국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현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의 부진 덕분에(?) 2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괌과 몰디브를 잡고 중국과 비기면서 중국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남은 경기에서 시리아에 패한다고 가정해도 중국전만 이긴다면 최종 예선 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다.

B조는 가장 조용한(?) 조다. 모두의 예상대로 1강 2중 2약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1강은 예상대로 호주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 초반 일정은 호주에게 쉽지만은 않았다. 쿠웨이트 원정과 요르단 원정이 각각 9월과 11월에 열렸다. 자칫 이 두 경기에서 삐끗하면 B조도 혼돈의 조로 급변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굳건했다. 쿠웨이트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뒀고 요르단 원정에서도 1-0으로 승점 3점을 챙겨왔다.
남은 일정은 호주에게는 쉽다. 쿠웨이트와 요르단을 모두 홈에서 상대한다. 네팔과 대만은 걱정할 것 없는 상대다. 최종 예썬 진출 조기 확정은 물론 전승 1위 통과까지 노려볼 수 있다.
호주로서는 이번 2차예선을 통해 고민이었던 최전방 스트라이커 고민을 어느정도 해결하는 수확을 얻었다. K리그1 수원 삼성의 공격수 애덤 타가트가 그 주인공이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호주 대표팀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대만전 멀티골에 이어 요르단전에서 중요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아놀드 감독의 신임에 보답했다. 아놀드 감독은 요르단전이 끝난 후 “타가트의 골 장면은 우리가 연습해오던 바로 그 장면”이라며 앞으로도 타가트를 중용할 예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21세의 198cm 장신 수비수 해리 소우타의 발견도 소득이다. 네팔, 대만전에서 연이어 멀티골을 기록하며 단숨에 ‘괴물 수비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렌트 세인즈버리 등 같은 포지션 선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호주로서는 좋은 옵션을 하나 얻은 셈이다.
쿠웨이트와 요르단은 2위 자리를 놓고 혈전을 벌이게 됐다. 요르단 홈에서 열린 첫 맞대결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위의 주인공을 가릴 분수령은 단연 두 번째 맞대결이다. 득실차에서 쿠웨이트가 크게 앞서는 만큼 요르단으로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
또 하나의 변수는 호주 원정이다. 요르단은 호주 원정을 마지막 라운드에 치른다. 호주가 이미 1위를 조기확정했을 가능성이 큰 시기다. 호주가 1군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요르단으로서 이변을 기대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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