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대령의 아시아 축구

ⓒ이란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

이란이 충격에 빠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4라운드가 14일 아시아 각지에서 펼쳐졌다. 이로써 5개팀으로 구성된 2차예선 8개 조는 모두 반환점을 돌게 됐다.

 

C조는 모든 조를 통틀어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조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이란이 있다.

 

이란은 지난 아시안컵을 끝으로 카를로스 케이로즈 감독이 물러난 후 새 사령탑으로 벨기에 출신 마르크 빌모츠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시작은 좋았다. 월드컵 예선이 시작하기 전 시리아, 한국을 상대로 펼친 평가전에서 1승1무를 거뒀다. 월드컵 예선 첫 두 경기 홍콩전과 캄보디아전 역시 무실점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지난달 바레인 원정에서 0-1로 패배를 기록했다. 공격 기회는 이란이 더 많이 잡았다. 하지만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빗나갔다. 바레인은 역습으로 이란의 골문을 노렸고 후반 18분 얻어낸 페널티킥을 알하르단이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패배로 이란은 약 7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패배를 기록했다. 이란은 바레인전 이전에 열린 월드컵 예선 23경기에서 17승 6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빌모츠 감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이라크전에서 폭발했다. 이란은 14일 열린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하면서 2연패를 기록했다. 1-1로 맞선 후반 35분 마수드 쇼자에이가 위험한 플레이로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고 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하며 승점 3점을 내줬다. 이번 경기는 치안 문제로 이라크가 아닌 중립 지역인 요르단에서 열렸다는 점은 빌모츠 감독을 향한 여론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란이 월드컵 2차 예선(혹은 그와 비슷한 단계의 예선)에서 2패를 기록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2차예선은 2위로 마쳐도 해도 충분한 승점을 쌓지 못하면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의 최종 예선 진출 실패에 대한 걱정은 더이상 기우가 아니다. 

 

여기에 월드컵 예선을 4일 앞두고 훈련장에 나타나는 등 감독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경기 외적인 비판도 거세다.

 

이란의 부진을 틈타 이라크와 바레인이 최종 예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라크는 특급 유망주 모하나드 알리를 앞세워 승점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바레인은 4경기에서 3득점에 그쳤지만 2승2무를 기록하면서 ‘실리 축구 끝판왕’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홍콩은 사실상 최종 예선 진출과 멀어졌지만 14일 바레인과 홈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작은 이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우디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

D조는 1위와 5위의 승점 차이가 5점 밖에 나지 않는 혼돈의 양상을 띠고 있다.

 

1위는 에르베 레나르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예멘과 팔레스타인 원정에서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번 2차예선 8경기 중 가장 중요한 우즈베키스탄 원정 경기를 잡아내면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여담으로 최근 이란에서는 이란축구협회가 빌모츠 감독을 선임하기 전 에르베 레나르 감독의 영입에 가까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빌모츠 감독 경질 여론과 맞물려 이란 축구팬들은 빌모츠가 아닌 레나르가 감독이 되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2위부터 5위는 물고 물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승점 차이가 대동소이하다. 우즈베키스탄은 첫 경기부터 팔레스타인에 충격패하면서 결국 엑토르 쿠페르 감독을 조기 경질했다.

 

그러나 경질한 보람도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 경기에서 역전패했다. 엘도르 쇼무도로프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음에도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면서 결과를 챙겨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예멘과 팔레스타인, 싱가포르는 모두 홈 경기(예멘은 중립지에서 홈 경기를 치르지만)에서 크고 작은 이변을 최소 한 번씩 만들어내며 2위 우즈베키스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난 서아시아챔피언십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팔레스타인은 홈에서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더 높은 순위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은 경기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경기는 단연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의 두 번째 맞대결이다. 마지막 라운드에 펼쳐지는 만큼 먼저 미끄러지는 팀이 없다면 1, 2위를 가르는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대령의 아시아 축구(https://asiafootball.info),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